왜 내 주가만 안 오를까

얼마 전 보유 중이던 엘앤에프(2차전지 양극재 기업)의 주가가 왜 이렇게 눌려 있는지 궁금해졌다. AI에게 재무제표 분석을 맡겼더니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BW와 EB다.

BW(신주인수권부사채)와 EB(교환사채)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일반 회사채보다 이자를 낮게 줘도 되니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런데 그 낮은 이자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파고들자, 익숙한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사는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2025년 7월 개정·시행된 상법 제382조의3이다.


이자가 싸다면, 그 비용은 어디로 갔는가

BW(Bond with Warrant)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결합한 금융상품이다. 투자자는 만기까지 이자를 받으면서, 미리 정해진 가격(행사가)으로 신주를 살 권리도 갖는다. 왜 투자자는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이자를 수용하는가. 신주인수권이라는 옵션 가치를 덤으로 받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나온다. 신주인수권이 행사되면 신주가 발행된다.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 즉 BW의 낮은 이자율이 가능한 이유는, 그 비용을 기존 주주가 지분 희석이라는 형태로 대신 부담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싸게 빌리고, 그 청구서는 주주에게 온다.

EB(Exchangeable Bond, 교환사채)는 구조가 다르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자기주식)를 교환 대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신주가 따로 발행되지 않는다. 자금은 조달되지만 주주 희석은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자금조달이지만, 주주에게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이 분리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경영판단 원칙이라는 방어막

그렇다면 이사가 BW를 선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지금까지 대답은 대체로 “아니오”에 가까웠다.

한국 법원은 이사의 경영 결정에 대해 경영판단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적용해왔다. 요건은 세 가지다. 충분한 정보에 기반했는가, 이해충돌이 없었는가, 회사 이익을 위한 판단이었는가. 이 세 가지를 갖추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

대법원은 2023년 선고 2019다280481 판결에서 이 원칙을 명확히 정리했다. “경영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회사 이익은 실제로 얻을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막연한 기대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BW 발행의 경우, 이자 비용 절감은 꽤 구체적인 회사 이익이다. 공모 방식의 BW는 이해충돌도 문제되기 어렵다. 자금조달 필요성이 있었고, 이사회 결의를 거쳤고,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도 아니라면—경영판단 원칙의 방어막은 두껍다. 이것이 개정 전 상법이 만들어낸 구도였다.


개정 상법이 처음으로 던진 질문

물론 경영판단 원칙이 이사를 언제나 보호하지는 않는다.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저가로 BW를 발행하는 경우, 법원은 이미 이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례들을 축적해왔다. 이해충돌이 있는 발행에서는 경영판단 원칙의 전제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충돌이 없는 공모형 BW는 다르다. 회사 자금조달에 필요했고, 공개 공모로 발행됐고, 이사가 개인적 이익을 챙긴 흔적도 없다. 이 경우 기존 상법 아래서는 “회사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이라는 논거가 사실상 완전한 방어막이 됐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BW 발행이 회사에 유리한 것은 맞다. 그런데 그 이익의 원천이 주주의 손실이라면, 이사는 누구의 편인가.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개정 상법은 이 질문에 처음으로 법적 형식을 부여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의 이익”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제 이사는 자금조달이 회사에 유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주 이익을 함께 고려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자사주 EB의 존재가 여기서 중요해진다.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EB 대신 BW를 선택했다면, 개정 상법은 처음으로 이사에게 그 선택의 이유를 묻는 근거가 된다. “신주 희석 없는 방법이 있었는데 왜 희석을 선택했는가.” 물론 BW가 더 낮은 조달비용을 의미한다는 반론은 강력하다. 그러나 그 절감 비용이 주주에게서 왔다면, “회사 이익을 위한 판단이었다”는 답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첫 판례가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분기점이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개정 상법은 이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법원의 답은 아직 없다. 이해충돌 없는 공모형 BW 발행에서 주주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사 책임을 인정한 판례는 나오지 않았다. 경영판단 원칙의 방어막이 아직 건재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질문은 가볍지 않다.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온 것이 이사회가 주주 이익보다 경영진 편의를 우선해온 구조적 불신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증권거래소의 압박으로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나서며 재팬 디스카운트를 일부 해소했다. 한국은 상법 개정이라는 법적 강제를 선택했다. 그 강제가 실제로 이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지는, 결국 법원이 첫 번째 답을 내놓는 순간에 달려 있다.

BW 공시가 뜰 때 “이자가 싸게 나왔네”가 아니라 “자사주가 있었는데 왜 BW를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함께 던질 수 있게 됐다. 개정 상법은 그 질문에 법적 근거를 붙여준 것이다. 법원이 어떻게 답할지, 같이 지켜보도록 하자.